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2009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우연은 가볍고 가벼움은 하잘것없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토마시가 그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 모든 마땅히 그래야 할 것들을 내려놓고 가벼움이 이끈 길 끝에 있던 테레자를 택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작가는 책의 후반부에서 똥과 키치를 앞세우며 가벼움과 무거움을 심도 있게 다룬다. 똥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될 때 나는 반사적인 불편함을 느꼈다. 겨우 그런 것에 대해 몇 장을 걸쳐 논의한다는 사실이 황당했다. 이는 내가 모든 추한 개념, 인간의 원초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