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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을 향하여_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BoriTea 2021. 5. 7. 03:15

마이클 샌델(이창신),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2010

 

미국 질병 관리 센터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자, 적지 않은 수가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권고는 헌법상 규정된 권리를 침해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하지 않을 결정권과, 착용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안보 중에서 중요한 것은 전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분명히 오류가 있지만, 그들의 주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명확하다. 바로 자유주의다.

 

우리는 자유롭고 이성적인 존재이며,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는 생각은 미국뿐 아니라 많은 사회에서 견고하다. 위의 사례처럼 잘못된 주장의 잘못된 근거로 사용될 정도로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진보와 보수에 상관없이, 인간의 주체성은 많은 정치적 판단의 대전제다. 하지만 개인의 권리가 () 우선한다면 놓치게 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자유로운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를 의미할까. 분명 해답이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행복과 자유에 기반한 정의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인간이 개인인 동시에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며, 연대하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존경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 큰 삶의 일부로 이해하고 감당하는 기질이다. 그것은 시대의 요구다. (…) 인격을 갖춘다는 것은 (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여러 부담을 인식하며 산다는 뜻이다.” (p.330)

 

출간된 10년이 넘었지만, 책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극명하게 다른 관점과 주장이 대립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도덕적 논란에서 자유롭기란 불가능하다. 논란은 정의와 무관하지 않으며 회피하는 것도 옳지 않다. 다양한 견해들을 살피고 판단하는 법을 깨우치지 않는다면 맹목적으로 양치기를 바라보는 떼와 다를 것이 없다. 행복의 도량과 개인의 자유를 넘어서, 공동선과 미덕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과 소통한다면 우리는 진보할 있다. 그리고 비로소 정의로운 세상, 그리고 좋은 삶에 가까워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