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팩토리나인, 2020
거창한 미래에 비해 오늘은 초라하고, 아름다운 추억에 비해 현재는 보잘것없다. 소설 속 시간 신과 세 제자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처럼, 많은 이들은 미래를 위한 기회와 목표에 곧잘 시선을 빼앗긴다. 또 어떤 이들은 과거의 그림자에 매몰된다. 그렇게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혹은 이미 지나간 것을 끝없이 돌아보다 보면, 당장 손에 쥐고 있는 가장 작은 순간 역시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고는 한다.
소설 속의 꿈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다. 그것은 앞으로 겪을 일에 대한 걱정 없이 쉬어갈 수 있도록, 잊었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도록, 그리워하되 너무 오래 슬퍼하지 않도록 아무도 모를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한 차례 꿈을 꾸고 일어나면 보이지 않던 해답을 깨닫기도 하고, 얽매이던 기억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꿈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불안과 미련을 극복하고 스쳐 가는 현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간 모든 순간은 한 사람이 이겨내었던 과거로 남으며, 미래를 향해 도약하도록 하는 발판이 된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현대의 우리는 어찌 보면 불확실성과 조급함을 안은 채 숨 돌릴 틈 없이 존재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런 우리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보다 값진 것은 없으며, 우리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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